왜 사는지 모르겠다 — 실존적 공허함과 마주하는 법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걸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는 왜 사는 걸까.이렇게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열심히 살아왔는데, 무엇을 위해 살아온 걸까.

이 질문이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합니다. 마치 자신이 나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찾아오는 이 질문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왜 사는가?’라는 물음은 보편적인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질문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이 감정과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실존적 공허함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심리학적으로 실존적 공허함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의 임상적 진단에 따르면, 오늘날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것은 성적 좌절이나 권력의 좌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의 좌절이나 실존적 좌절입니다. 프랭클은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이러한 현상을 ‘실존적 공허’라고 규정하며, 실존적 공허는 삶의 무의미감이나 상실감이나 공허감으로부터 기인된다고 설명합니다.

즉,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드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감정은 단순한 우울함이나 피로가 아닙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향한 깊은 내면의 갈망이 충족되지 못할 때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경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왜 사는지 모를 때 걸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걷는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프랭클의 의미치료가 가진 핵심 통찰은 이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를 ‘쾌락에의 의지’로 보았고, 아들러는 우월하려는 욕구인 ‘권력에의 의지’를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프랭클은 인간을 본질적으로 움직이는 동기를 ‘의미에의 의지’로 보았습니다. 즉 인간이 1차적으로 움직이려 하는 본질적인 동기는 바로 ‘의미’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쾌락이나 성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더 근본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바로 내 삶이 의미 있다는 감각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어도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공허함이 남는 것이고, 반대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그 삶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프랭클은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아이디어를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 담았습니다.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찾아오는 공허함은, 어쩌면 의미를 향한 내면의 간절한 요청일 수 있습니다.


실존적 위기는 어떤 순간에 찾아올까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찾아오는 실존적 위기는 특정한 상황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존적 위기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삶의 존재와 목적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실존적 위기의 원인으로는 죄책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건, 채워지지 않는 사회적인 욕구, 자아에 대한 불만족, 감정의 억압 등이 있습니다. 또한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며 중요한 것을 성취하거나 큰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느끼게 되면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순간들에 더 자주 찾아옵니다.

  • 오랫동안 달려온 목표가 이루어진 직후
  • 큰 상실이나 이별을 경험한 이후
  • 삶의 전환점이 되는 나이를 맞이했을 때
  • 오랫동안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왔다고 느낄 때
  • 반복되는 일상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려울 때

이 순간들은 단순히 힘든 시기가 아닙니다. 삶을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찾으라는 내면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목표와 가치는 어떻게 다를까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 공허함을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목표만으로는 실존적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한 많은 이들이 이야기합니다.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것이 지친다고, 잘 사는 법은 알 것 같은데 왜 사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수용전념치료는 맹목적으로 눈앞의 목표를 따라가기보다 가치를 따르는 삶을 제안합니다. 가치는 달성하기보다 추구하는 것이며, 어느 순간 달성되는 체크포인트가 아니라 살아가며 조금씩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도달하면 사라지지만, 가치는 삶 전체를 이끄는 나침반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 목표 : 승진하기, 집 사기, 연봉 올리기
  • 가치 : 진심으로 성장하는 삶, 사랑하는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는 삶, 나답게 살아가는 삶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새로운 목표보다 먼저 내가 진짜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것이 더 깊은 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존적 공허함을 채우려는 잘못된 방법들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사람들은 공허함을 빨리 없애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들은 공허함을 일시적으로 덮을 뿐, 오히려 더 깊은 공허감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실존적 공허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권력이나 돈, 심지어 쾌락을 통해 보상을 받으려 한다고 프랭클은 경고합니다.

더 바빠지거나, 과도한 소비를 하거나, 자극적인 것으로 주의를 돌리는 방식은 공허함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실존적 공허함은 더 많은 무언가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할 때 조금씩 채워집니다.


고통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가장 깊은 질문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 힘든 시간에도 의미가 있을까.이 고통은 왜 겪어야 하는 걸까.

프랭클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절망하는 것은 고통 자체 때문이 아니라 고통의 이유를, 즉 고통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통 자체가 우리를 절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내가 이 고통을 경험해야 하는지, 그 고통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때 우리는 절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고통을 참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이 힘든 시간이 내 삶의 어떤 부분을 바꾸고 있는지, 어떤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지를 조용히 돌아볼 수 있다면, 그 안에서도 작은 의미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의미는 발견하는 것인가, 만들어가는 것인가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사람들은 종종 의미를 어딘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미는 이미 정해진 정답처럼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철학상담으로서의 로고테라피에서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는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치료법입니다.

삶의 의미는 누군가가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프랭클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생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숨겨진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발견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매력적이고 지속적인 요구입니다.


실존적 공허함과 마주할 때 해볼 수 있는 것들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이 감정을 빨리 해결하려 하기보다, 먼저 조용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 지금 내가 가장 공허함을 느끼는 영역은 어디인가. 일인가, 관계인가, 나 자신인가.
  • 나에게 진짜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성취가 아닌, 삶의 방식으로서.
  • 최근 내가 진심으로 살아 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 지금 이 공허함이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은 빠른 답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과 함께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래 이어진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존적 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접근 방식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인지 행동 치료와 사회적 관점 수용 실천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나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겠다는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단순한 공허함을 넘어 깊은 절망이나 자해·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면, 혼자 감당하지 말고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1577-0199로 언제든 연결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인가요?

네, 매우 보편적인 경험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실존적 위기라고 부르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삶의 전환기나 큰 변화를 경험한 후에 특히 자주 나타납니다.

실존적 공허함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른가요?

실존적 공허함은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었을 때 찾아오는 감정으로, 내면의 성찰과 가치 탐색을 통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삶 전반에 걸쳐 에너지와 흥미가 사라지는 더 광범위한 상태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허함이 오래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실존적 공허함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빠른 해결책보다 먼저 내가 진짜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목표보다 가치 중심으로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가 무엇인가요?

빅터 프랭클이 창시한 심리치료 이론으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의미에의 의지‘라고 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의미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이 글은 ‘삶의 의미’ 시리즈의 네 번째 글입니다.

1편에서는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7가지 신호를,

2편에서는 공허함의 심리학적 뿌리를,

3편에서는 정체성의 혼란과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5편에서는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거나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와 함께 더 깊이 이야기 나눌게요.

※ 본 콘텐츠는 심리적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전문가의 진단이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해석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신적 고통이나 위기 상황에서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센터, 또는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